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0.05 19:52 수정 : 2010.10.05 19:52

경기도교육청이 어제 학생인권조례(인권조례)를 공표하고 이날을 ‘학생인권의 날’로 선포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공약으로 내걸고 도교육청 차원에서 본격 검토한 지 1년여 만이다. 경기도 학생들은 이로써 우리나라 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주체적 역량을 갖춘 인격적 존재’로 존중받게 됐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인권 감수성 역시 크게 높아졌음에도 학교 현장은 변화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체벌이나 두발규제 같은 학생들의 인격권·사생활 침해가 교육적 필요라는 이름으로 유지돼온 게 단적인 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인권조례를 제정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 또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학생인권 보장 노력이 전국으로 확산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어떻게 해서든 이를 저지하려 혈안이다. 뒷받침은커녕 이를 무력화하는 데 골몰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미 학생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시안을 제시했다. 이와는 별도로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없애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상위법 개정을 통해 인권조례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학생권리 신장을 내걸고 있으니 가증스럽기만 하다.

교과부 안에는 그동안 학생인권 제한의 근거로 이용돼온 ‘학교의 교육목적, 교육활동 보장, 질서유지’ 등을 이유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명문화돼 있다. 또 학칙 제정 권한을 학교장에게 부여하고 그에 대한 교육감의 인가권을 폐지함으로써 교장이 인권조례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체벌이나 학생 징계 등과 관련해서도 독소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구습에 젖은 교육계 인사들이 인권조례 제정으로 학교 현장에 불어올 변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조례를 무력화한다고 변화를 비켜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높아진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꼼수로 틀어막으려 하다간 학교 사회에 더 큰 혼란만 초래하기 쉽다. 반대로 학칙 제정 과정에 학생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등 민주시민 훈련의 장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교과부는 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는 반교육적 기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