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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철저한 검증과 보완대책 요구되는 한-유럽연합 FTA |
한국과 유럽연합이 어제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다. 유럽연합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7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다. 또 우리에게는 중국 다음으로 교역 규모가 큰 곳이다. 자유무역협정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국회 비준 때까지 세부 조항을 꼼꼼히 따져 균형 잡힌 협정이 체결됐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협정 체결로 우리 경제는 교역 규모 확대 등 적잖은 경제적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동차부문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한국차들의 유럽시장 진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중국과 경합중인 기계류나 섬유, 가전제품 등도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협정 체결을 국내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협정은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이 더 많다. 전체 교역 규모는 증가하겠지만 상대적으로는 유럽연합에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국책연구기관들은 연평균 무역흑자 증가액이 3억61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유럽연합 쪽 분석은 그 반대다. 유럽연합은 한국 수출이 82.6% 증가하는 반면 한국의 유럽연합 수출은 38.4% 증가에 그쳐 자신의 무역적자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교역 측면에서만 보면 우리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분야에서도 유럽차의 국내 진출이 4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분야에서는 유럽 기술표준을 그대로 인정해 줌으로써 유럽차들이 추가 부담 없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 스스로 이번 협정 체결이 없었다면 유럽차는 한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실토할 정도니 협정이 유럽연합에 얼마나 유리하게 체결됐는지 알 수 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 수입 허용은 더 큰 문제다. 미국산만큼 광우병 감염 우려가 높은 유럽 일부 지역 쇠고기 수입이 허용될 경우 이에 대한 검역 강화가 당면 과제다. 아울러 유럽산 돼지고기나 낙농제품이 한꺼번에 밀려오면 국내 축산농가는 대규모 도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제대로 된 보완대책을 마련해 힘없는 축산농가만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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