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뇌물 의혹 선명한 검사 봐준 검찰이 누굴 수사할까 |
현직 부장검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기소는커녕 석연찮은 이유로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기 식구가 아니라면 이 정도 혐의에 눈을 감았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도덕성을 엄하게 지켜야 할 검찰이 내부 의혹을 일부러 모른체했다면 그 역시 범죄적 행위다.
돈이 오간 경위를 보면 뇌물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어 보인다. 정아무개 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건설업자 김아무개씨가 낸 고소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한 뒤, 애초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던 사건을 검찰에서 기소했다. 재판 결과 사건은 무죄로 확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큰 이익이 걸린 아파트 사업권은 김씨의 뜻대로 넘어갔다. 그 얼마 뒤인 지난해 1월 김씨는 당시 정 부장검사의 부인 명의로 고급승용차를 구입해 차량대금 3400만원을 냈다. 사실의 나열만으로도 의심스런 청탁과 대가관계가 드러난다.
정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알선수뢰 등의 혐의로 고발을 당한 뒤 지난해 5월 이 돈을 갚았다고 한다. 하지만 차용증이나 이자를 낸 사실은 애초 없다. 돈을 받은 사실이 문제가 되자 채무관계로 위장한 게 아니냐는 의심은 당연하다. 뇌물로 받은 돈을 나중에 돌려주더라도 뇌물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뇌물죄는 공무원의 청렴성을 해치는 것인 만큼 설령 나중에 갚더라도 형을 깎아주진 않는다는 법원 판결도 많다. 부정한 돈을 주고받을 정도라면 그보다 부적절한 일이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혐의가 이렇게 분명한데도 검찰은 지난해 6월에야 조사를 시작했고, 그 뒤에도 1년 더 시간을 보내다 지난 6월 정 부장검사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 본격 수사 전에 돈을 갚았고 대가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피의자의 변호인이나 주장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렇더라도 터무니없다는 비아냥을 받기 꼭 알맞다. 소추기관인 검찰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눈 딱 감고 봐주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그 덕분에 정 검사는 파면·해임 등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곧바로 변호사로 개업했다.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검찰 조직이 발칵 뒤집혔던 때에 이렇게 사건을 얼버무렸으니, 검찰의 도덕 불감증은 스스로의 힘으론 치유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재수사에 나서서 내부 잘못을 엄히 다스려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