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08 12:23
수정 : 2010.10.08 12:23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영유아 예방접종비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도리어 깎았다고 한다. 저출산·친서민 대책 차원에서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약속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태도를 싹 바꾼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정부의 복지정책이 또다시 확인된다. 이러고도 친서민이니 저출산 해소니 한다면 국민을 대놓고 우롱하는 일이다.
복지예산과 관련해 정부가 약속을 뒤집은 게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건은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지 한달도 안 돼 뒤집었다는 점에서 저열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달 7일 친서민 복지예산 확대 차원에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본인부담금을 절반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그로부터 20여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올해 202억여원이었던 것을 내년엔 144억여원으로 싹둑 잘랐다.
더욱 황당한 것은 예방접종비 지원 확대 사업이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올해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는 12월부터 민간 병원을 통한 예방접종비 지원비율을 현행 30%에서 9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12월치 예산까지 확보해뒀다고 한다. 정부안대로 내년 예산이 깎이면 12월 한달만 사업을 시행하거나 시작도 못 하고 포기할 판이다.
현재 국가에서 정한 필수예방접종 대상 전염병은 홍역·소아마비 등 11종이다. 12살까지 8가지 백신을 모두 22번 맞는데, 민간 병원을 이용하면 본인부담금이 최소 33만원이다. 지원을 못 받는 다른 예방접종비까지 계산에 넣으면 아이 한명당 100만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아이를 둔 가정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필수예방접종률은 국제 권장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정부가 거듭된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예산을 깎은 건 용납하기 어렵다. 게다가 서울 강남구 등 재정자립도가 높은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전액 무상 접종을 이미 실시하고 있으니, 가난한 동네 서민들의 속은 더 뒤집어질 것이다. 사실 예방접종 지원 확대는 친서민이니 저출산 해소니 내세울 일도 아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국가가 해줘야 하는 최소한의 조처다. 정부가 못 하겠다면 국회가 나서서 이 예산만큼은 확실히 보장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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