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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성환 외교’,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
지난 여러 정부에 걸쳐서 우리나라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일본·러시아·북한 등과 두루 가깝게 지내는 균형외교를 지향했다. 미국만 추종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님을 인식해서다. 이런 상황판단을 토대로 다양한 동아시아 전략과 외교 담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추구됐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외교에서 시작해, 김영삼 정부 때 다소 주춤했지만 기본 흐름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면서 외교 기반을 넓히는 성과를 만들었다.
이런 흐름을 깬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엉뚱하게도 ‘한-미 관계 복원’을 최우선 외교과제로 내세우고, 각국에 대한 배려와 균형 추구를 도외시한 채 미국 일변도 외교에 몰입했다. 한-미 관계의 실상과 시대환경 변화를 잘못 읽은 탓이었다.
그 결과 우리 외교는 많은 파행과 난맥상을 빚어냈다. 단적으로 천안함 사건에서 우리나라는 중국·러시아 등의 의구심을 무시하고 미국하고만 손잡은 채 대북 제재 몰이를 폈다. 하지만 대북 압박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관련국들이 국면 전환을 기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어정쩡한 처지가 됐다. 또한 중국과의 갈등은 우리 외교에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강화되자 관영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러시아와의 관계나 중동 지역 외교도 순탄하지 않다. 심지어 최근에는 자유무역협정, 주한미군 방위비, 이란 제재 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무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한테 매달린 반작용이다.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정부 쪽은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나아가 마치 외교가 잘 되고 있는 것처럼 실상을 호도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중국과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분쟁을 겪은 뒤 동아시아 외교전략을 반성하는 논의가 분분하다.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 해법을 고민하는 출발점임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 태도는 매우 염려스럽다.
이런 가운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어제 취임했다. 그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으면서 유명환 전 장관과 팀을 이뤄 오늘의 실패작 외교를 빚은 장본인이다. 그가 발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외교는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유 전 장관의 딸 특별채용으로 불거진 외교부 개혁이라는 과제도 가볍지 않다. 김 장관은 더는 국가를 위태롭게 하고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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