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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G20 회의 내세운 ‘집시법 개악’ 안 된다 |
한나라당이 이달 안에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명분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안전한 개최다. 한나라당은 한동안 야간집회를 허용하면 마치 도심 전체가 폭도로 뒤덮일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야간집회가 허용된 뒤에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자 이번에는 G20 정상회의를 들고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이 내세운 법 개정의 명분은 그 자체로도 허점투성이다. 한나라당은 “G20 회의를 앞두고 세계 각국에서 반세계화 인사들과 테러분자 수천명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며 야당 쪽에 “야간집회 금지 시간에 대해서는 양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마치 저잣거리 물건처럼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테러분자 운운하면서 야간집회 금지 시간을 ‘에누리’해 주겠다는 태도는 더욱 우습다. 야간집회를 몇 시간 줄이면 테러분자들의 위험이 없어지고 몇 시간 늘리면 위험하다는 이야기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달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G20경호안전특별법’을 강행통과시켰다. 대통령 경호실장이 특정 구역 안에서 검문검색, 출입통제, 시위금지 등 경호안전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법이다. 엊그제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통제단’은 “정상회의 기간에는 행사장인 서울 강남 코엑스 인근 2~3㎞ 안에서는 평화시위를 포함한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한다”는 발표도 했다. 이런 시위대처 방식이 과연 정부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지도 의문이지만, 이 조처야말로 집시법 개정이 불필요함을 극명히 보여준다. 정상회의 기간 동안 낮에도 집회를 봉쇄하는 마당에 야간집회 금지쯤이야 특별법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야간집회를 비롯한 자유로운 집회 개최는 헌법상 보장된 시민의 정당한 권리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큰 국제행사 한번 개최하는 것을 기회로 이 귀중한 권리를 시민들로부터 영구히 박탈하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묻고 싶다. G20 정상회의를 집시법 개정의 명분으로 삼고 있으니 행사가 끝나면 다시 야간집회 허용으로 집시법을 재개정할 것인가. 제발 속이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술수를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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