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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궤도 이탈 조짐 커지는 한-미 동맹 |
지난주말 미국 워싱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나온 여러 문서들은 한-미 동맹의 성격이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 동맹이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제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지적할 것은 세계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우리나라가 편입되는 틀로 한-미 동맹이 활용되는 점이다. 협의회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이를 “범세계적 안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긴밀한 한-미 협력”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과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훈련 주도 등을 적시했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기여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하는 한-미 동맹의 성격을 크게 왜곡하는 것이다. 또한 이들 사안은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 결정할 것이지 동맹 차원에서 거론할 내용이 아니다.
정부는 나아가 한-미-일 연합군사연습을 염두에 둔 듯 이번 회의에서 세 나라의 지역협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렇잖아도 동북아 정세는 천안함 사건 이후 세 나라와 북한·중국이 맞서는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한-미 동맹이 이런 갈등을 심화시키는 도구가 되는 것은 동맹의 본질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게다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빌미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을 지구촌 분쟁지역에 투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 우리나라에까지 분쟁이 파급된다면 한-미 동맹은 본래의 목적을 완전히 잃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 ‘불안정사태’(급변사태)에 대한 언급을 공식화한 것도 우려스럽다. 두 나라는 이번에 채택한 전략기획지침에 따라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개념계획 5029’를 구체적인 작전계획으로 세분화해 진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강경파들이 대북 압박 강화를 통해 북한 체제의 붕괴를 꾀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한-미 동맹이 강경 대북정책의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냉전식 사고방식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뒷받침하기는커녕 주권침해 논란은 물론이고 한반도·동북아의 긴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미 동맹이 지금처럼 공세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동맹의 근거가 되는 상호방위조약은 침략 억제를 위한 것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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