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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률 수치 높이려고 일자리 질 악화시켜서야 |
정부가 어제 확정한 ‘2020 국가고용전략’은 일자리의 질을 낮춰서라도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발상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노력은 별로 없는 반면, 비정규직 규제 완화나 허약 노동계층의 단시간 노동 확대 방안은 여럿 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 목표대로 현재 63%인 고용률을 2020년까지 70%로 올려도 실속 없는 숫자놀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내놓은 방안 가운데 특히 우려되는 것은 비정규직 규제 완화다. 현행 법률은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제한을 받지 않는 예외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위·수탁 기간이 정해진 청소·경비 업무를 예외 대상에 추가하고, 신설 기업은 이 제한을 면해주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도 문제가 많은 비정규직 관련 법이 아예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다른 업체에 파견돼 일하는 노동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견 실적이 없는 업무를 허용 대상에서 빼는 대신 수요가 많은 업무를 추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 완화는 고용 촉진 효과 없이 비정규직만 늘릴 우려가 높다. 이는 지난해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논란 때 부분적으로 확인된 바다. 당시 노동부는 기간제 계약기간 제한 때문에 해고 대란이 벌어질 거라며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수의 기업이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했다. 기업들이 단지 규제 때문에 고용 확대를 꺼린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고령자 일자리 대책도 고용보장은 제쳐놓고 일자리 숫자 확대에 급급하긴 마찬가지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 지원을 폐지하고 근로시간단축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령자 노동시간을 줄여 청년층 채용을 촉진하겠다는 것인데, 자칫하다간 정규직 한자리를 고령자와 청년층이 단순히 나눠 맡는 꼴이 될 수 있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승진·고용보장 등에서 차별이 없어야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현령비현령 식의 정책 몇 가지로 고용을 확 늘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장기 고용 전략은 숫자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을 촉진할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진정한 일자리 나누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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