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14 20:22
수정 : 2010.10.14 20:22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25%로 동결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원화 가치가 높아져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금리 동결을 정당화하기 위해 3.6%인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급등한 채소가격을 빼면 2.9%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너무 군색해 보인다. 우선 금리가 오른다고 항상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환율 하락세는 글로벌 달러 약세의 여파 탓이어서 시중 금리와는 큰 상관이 없다. 또 원화 가치의 고평가로 환율 하락을 기대하는 외국 자본이 계속 밀려들고 있다. 실제로 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어제 환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어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채소를 뺀 상승률이 2.9%라지만 이를 기준으로 해도 6~8월의 2.6%에 비해 급등하는 상황이다. 6개월 이후 거시경제를 내다보고 선제적인 물가대책을 펴야 할 한은이 이런 식으로 금리 동결을 합리화하는 것은 스스로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같다.
금리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언제나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큰 피해를 봤는지 목격하지 않았는가. 금리 상승이나 환율 하락 요인이 있다면 정부와 한은이 이를 인위적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 다만 조정이 완만하게 이뤄져 기업과 국민이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수출호조와 경기회복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비정상적인 저금리와 고환율 정책을 너무 오래 고집해왔다. 이미 환율 조정은 때를 놓쳤고, 금리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한해 가까이 1100원대 후반을 유지하다 9월 이후 7% 이상 급락했다.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의 전형적인 부작용이다. 이런 식이라면 물가에 손댈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에야 금리인상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
이는 우리 경제를 큰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금리와 환율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음달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이를 겨냥해 일본이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나섰다.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도록 현명한 정책 선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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