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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7 21:18 수정 : 2010.10.17 21:18

국방부가 4대강 사업을 위해 창설한 ‘청강부대’는 말 그대로 ‘강을 맑게 하는 부대’다. 국토해양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6월 창설된 이 부대는 낙동강 제35공구에 투입돼 모래 준설 작업 등을 하고 있다. 투입된 장비만 해도 50t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 72대에 이른다고 한다.

청강부대 창설은 군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나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신성한 국방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젊은이들을 멀쩡한 강바닥 모래나 파헤치는 따위의 강제노역에 동원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군을 ‘정권의 사병’쯤으로 여기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4대강 사업 군병력 투입은 그 자체로도 위헌적 요소를 안고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군 본연의 임무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을 고려할 때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도 위배된다. 청강부대가 하는 일은 재해복구 작업이나 농번기 일손돕기 활동 따위와는 전혀 차원을 달리하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다.

정부가 청강부대 창설 목적을 4대강 사업 ‘비용 절감’이라고 명시해 놓은 대목에 이르면 더욱 말문이 막힌다. 군인들의 노동력은 ‘공짜’임을 아예 대놓고 선언한 것이다. 병사들은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아무 때나 끄집어내 공짜로 마구 부려먹어도 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병역면제자들로 이뤄진 정부라고는 하지만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엊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실로 기막힌 발언을 했다. 청강부대를 해체할 용의가 없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오히려 주특기 향상 차원에서 훈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아예 공병대는 교량·지하철 등 각종 공사 현장에, 헌병대와 기무부대는 경찰 업무에, 통신부대는 민간 통신사업 보조업무에 투입하는 것이 주특기 훈련에 도움이 될 것이다. 휘하 병사들이 공사판 일꾼으로 전락한 마당에 명색이 군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청강부대를 즉시 해체하고 부대원들을 본연의 임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만약 청강부대를 계속 운용하고 싶다면 ‘4대강 사업 군병력 투입에 관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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