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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18 19:54 수정 : 2010.10.18 19:54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어제 국정감사에서 건강보험료 납부의 형평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재산이 많으나 피부양자로 분류돼 건보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 이들, 보험료를 연체하는 부유층 얌체족들, 사업소득 따위를 감춰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이들의 문제가 잇따라 지적됐다.

대조적으로 불합리하게 건강보험 급여를 박탈당하는 이들도 있다. 파업이나 시위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당했는데 ‘불법’ 딱지 때문에 혜택을 못 보는 이들이 그렇다. 이런 사례가 2007년부터 지난 9월까지 모두 39건이다. 시위나 파업 도중 경찰 폭력 등으로 다친 것도 억울한데 치료비까지 본인이 모두 부담하라는 건 참으로 불공평하다. 이 문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다가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과 촛불집회 때 다친 이들에 대해 공단이 최근 보험급여 환수를 추진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공단은 법대로 했다고 주장한다. 국민건강보험법 48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기인할 때는 급여를 제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단이 이 규정을 너무 곧이곧대로 해석해 적용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의 기본 취지는 치료받을 권리를 온 국민의 기본 권리로 보장하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보험 적용 예외를 남발하는 건 건강보험의 사회적 기능과 비중을 간과한 처사다. 법률적 논란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상해가 행위자의 범죄 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거나 주된 원인이 돼야 보험 적용을 제한하도록 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공단의 조처를 비판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최근 적자로 돌아서면서 규정을 더 엄격히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면, 이는 고소득 체납자들한테 우선 적용해야 마땅하다. 이번 국감에서도 지적됐든 ‘가진 이들에겐 관대하고 없는 이들에겐 가혹하다’는 비판을 공단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공단의 처분에만 맡길 일도 아니다. 파업이나 시위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다친 사람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이젠 시급해졌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게, 시위나 파업을 정당한 권리로 존중하기는커녕 사회불안 요소로 보고 불법 딱지를 남발하는 정부의 인식 문제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쌍용차 노동자나 촛불집회 참가자들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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