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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0 07:55 수정 : 2010.10.20 07:55

정부가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서, 우리가 프랑스 소매업에 진출할 때 기존 매장 수와 이에 따른 영향을 고려한 점포 개설 규제에 합의해줬다는 사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국내 기업형슈퍼(SSM)에 대한 입점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해온 정부가 정반대로 프랑스 정부에는 규제를 양허해준 것이다. 프랑스에서 규제가 가능하다면 우리라고 안 될 이유가 없다. 도대체 무슨 근거와 잣대를 갖고 기업형슈퍼를 규제할 수 없다고 해온 것인지 책임있는 해명이 필요하다.

실제로 기업형슈퍼 규제에 반대하는 외국계 유통업체는 영국계 홈플러스 하나뿐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이 업체가 영국 정부에 로비를 해서 영국이 우리 정부에 기업형슈퍼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압력의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요구가 기업형슈퍼 규제의 발목을 잡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다.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고 하니까 합의해주고, 영국이 한국에 진출한 자국 업체를 규제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또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원칙과 기준도 없이 특정 국가, 특정 업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자국민을 희생시키는 게 정부가 할 일인지 묻고 싶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을 계속 미루고 있다. 애초 민주당과 규제에 합의했던 한나라당은 입법을 지연시키면서 정부 입장만 옹호하고 있다. 민주당도 최근 들어 기존의 규제 강화론에서 한발 빼고 있다. 전통시장 주변에서 기업형슈퍼 등록을 의무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통과시키고 기업형슈퍼 가맹점에 사업조정제를 적용하도록 한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은 나중에 처리하자는 분리처리론 수용 움직임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상생법을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여러 차례 관련법 통과를 공언했던 만큼 태도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친서민 정책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말로만 그칠 뿐 실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법안들도 벌써 1년 가까이 국회 주변만 맴돌고 있다. 중소 상인들의 씨가 마르기 전에 관련법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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