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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1 20:10 수정 : 2010.10.21 20:10

여권과 민주당이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시 부주석이 지난해 5월 방중한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면서 ‘평화 훼방꾼’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등 여권은 당시 우리 외교부 배석자가 작성한 면담요록을 확인해보니 그런 발언이 없다고 말한다.

중국 쪽이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당시 자리를 함께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에 따르면 박 대표가 전한 바와 같은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한-중 외교의 실상과 문제점을 깊이 성찰하는 게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사실상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확정된 인물이 한국 대외정책의 문제점을 직접 거론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훼방꾼이란 표현이 쓰였느냐라는 지엽적 문제에 매달릴 일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박 대표 발언을 반박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이적행위’로 몰아붙이고 나섰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런 식의 폭언은 많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정책 토론과 비판을 강압적으로 봉쇄하려는 것이란 점에서도 대단히 잘못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의 파행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우리 정부의 외교노선을 내놓고 비판하는가 하면,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을 지목해 자국 포위망에 가담하려는 것이냐고 의심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균형외교 노선을 버리고 미국한테만 의존하면서 중국을 경시한 데 따른 반작용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며 국제정치의 강자로 부상한 중국과 이런 식으로 불화를 빚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제 외교부는 한-중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국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외교부 담당 직원을 늘리고 한-중 우호협회를 만드는 등의 조처는 부차적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결정자 수준에서 외교 기조를 크게 수정하는 일이지만, 그런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 이적행위 공방이나 벌이는 여권의 행태가 그래서 더 딱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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