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26 21:10
수정 : 2010.10.26 21:10
한나라당이 당의 강령을 ‘개혁적 중도보수’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할 수 있다면 진보적 목소리도 과감하게 수용하겠다”며 “70% 복지시대를 여는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으로 국민 앞에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노선 변경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당의 보수우익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선거전략으로 읽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념적 지향을 중도라고 말하는 국민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표를 의식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6·2 지방선거 등을 통해 거대한 민심이반을 확인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미지 변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을 법하다.
정치적 목적이야 어떻든 한나라당의 노선 변경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회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복지와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나, 한반도의 급격한 정세 변화 속에서 강경일변도 대북정책 탈피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특히 민주당이 당헌에 ‘보편적 복지’를 못박은 데 이어 한나라당이 ‘70% 복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앞으로 복지 문제가 각종 선거에서 최대 화두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의 노선 변경에 선뜻 박수만을 보낼 수 없는 것은 그동안 ‘말 따로 행동 따로’를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는 안 대표가 한나라당의 강령 변경 방침을 밝히면서도 당의 기존 정책과 노선에 대해서는 전혀 평가와 반성을 하지 않은 것에서도 뒷받침된다. 사실 복지 문제만 해도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공약인 ‘징검다리 복지’에서부터 시작해 ‘능동적 복지’ ‘휴먼 뉴딜’ ‘친서민 중도실용’ 등 구호를 남발해왔으나 실제 내용은 아주 빈약했다. 복지예산은 사실상 줄이면서도 오히려 부자감세에 앞장선 것이 현 정부다. 안 대표가 연설에서 예산의 블랙홀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하지 않은 것도 복지강화 다짐을 더욱 공허하게 만든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안 대표는 “전반적인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에 유연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한나라당에 씌워진 반통일 세력의 이미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그동안 강경노선을 계속 부채질해온 한나라당이 아무런 성찰이나 반성 없이 정부에 대북정책 선회를 요청하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다.
결국 한나라당이 강령 수정에 대한 비판과 의구심을 불식하는 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화려한 말의 성찬으로 유권자의 표를 사겠다는 얄팍한 계산은 결국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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