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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족벌사학 판치는데 사학법 규제장치 없애겠다니 |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사학법인의 3분의 2가량에 설립자의 가족이나 친인척 등이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와 함께 분규사학·종교사학을 제외한 전국 4년제 사립대 138곳을 전수조사해 그제 발표한 결과다. 대학 산하 초·중·고까지 포함할 경우 5명 이상의 친인척이 근무하는 데도 22곳이나 됐다고 한다. 사학의 족벌경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족벌사학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공금횡령과 입학부정, 인사전횡 등 사학비리와 관련된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사립대학 감사 백서’를 보면, 2007년부터 3년간 각종 비리 혐의로 감사를 받은 대학이 40곳이나 된다. 학교재산 유용이나 예산 부당집행 등 회계비리 액수만도 3년간 406억원이나 됐다. 최근 경기도의 한 족벌사학에선 이사장의 남편인 80대 교장이 학생들 앞에서 교사를 체벌해 물의를 빚은 일까지 있었다.
이렇듯 각종 사학비리의 온상이 되는 족벌경영의 횡행은 설립자들이 사학을 사유재산으로 여기는 탓이 크다. 이들에게는 사학의 공공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사학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까닭은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자주성도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허용된다. 사학의 자주성이 사학 설립자의 재산권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게 아님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사학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각종 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학법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학의 부패를 감시할 개방형 이사제도와, 재단의 인사 전횡 등을 막기 위한 대학평의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 제도마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도 이런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발맞춰 대학평의원회의 자문기구 전환, 개방이사제의 자율적 운영과 함께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사립대학 육성을 위한 건의문’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의 재정지원을 요구하면서도 마땅히 받아야 할 공공적 감시와 견제는 받지 않겠다는 사립대의 황당한 주장을 집권여당이 앞장서서 부추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족벌사학의 실태를 보고도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계속 고집한다면 스스로 비리사학의 옹호자임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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