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0.27 20:29 수정 : 2010.10.27 20:29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보고 불교를 폄훼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봉은사 땅밟기’라는 제목의 6분짜리 동영상을 보면 20~30대 젊은이들이 대웅전을 비롯한 경내 곳곳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동영상은 불상, 사천왕상, 탱화 등을 보여주며 ‘사람들이 만든 우상들…헛되고 헛된 것들’이라고 말한다. ‘찬양인도자학교 주님의 향기 6조’라고 얼굴과 이름을 밝힌 이들은 “이 땅이 하나님의 땅이라는 것을 선포했다”는 소감까지 동영상에 담았다. 찬양인도자학교 쪽에 따르면 지난 11일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00여명의 학생이 서울 강남역 주변에서 활동했으며, 이 가운데 5명이 봉은사로 가서 동영상을 찍었다고 한다.

‘땅밟기 기도’는 특정 지역에 어둠의 세력이 진을 치고 있다고 보고 강력한 기도로 이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영적 전쟁’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대개 다른 종교를 대상으로 하는 이런 행동은 무엇보다 종교 본연의 가르침과 동떨어져 있다. 어느 종교든 종단과 종파를 떠나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그 본령으로 삼는다. 자신의 가치가 중요하다면 다른 사람의 가치도 소중함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이번 동영상은 남의 가치를 함부로 짓밟고 배척하는 무례함을 드러냈다. 이런 방법으로는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확산시키긴커녕 되레 욕보이는 결과만 초래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일부 기독교인들의 배타적·공격적 선교활동 문제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는 대구 ‘동화사 땅밟기’, 버마(미얀마) 사찰에서의 ‘해외 땅밟기’ 등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한국인 선교팀이 이슬람권 나라를 찾아 땅밟기 기도를 하다가 현지인과 마찰을 빚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기존 선교방식의 폐해와 개선책을 놓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찬양인도자학교의 담당 목사와 학생들이 어제 봉은사를 찾아가 사과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종교간 이해를 넓히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종교간 갈등이 깊어지면 어떤 처방으로도 치유하기 어렵다. 한 단계 성숙한 종교문화가 자리잡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다종교 사회인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이런 짓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