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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주서구 재선거에서 심판받은 ‘민주당의 오만함’ |
그제 전국 6곳에서 실시된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무난히 승리를 거둔 반면 민주당은 광주 서구청장 선거에서 3위로 참패했다. 민주당이 정치적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 치러진 주요 선거에서 3위로 밀려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국민참여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 등 비민주 야4당 단일후보는 비록 낙선했지만 당선권에 근접하는 선전을 펼쳤다. 호남지역에서도 다양한 정치세력이 경쟁하는 구도가 정착할 가능성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비민주 야4당 단일후보의 선전은 주목되는 결과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민주당의 오만함과 안이한 자세를 심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임 구청장이 비리로 중도하차한 터여서 민주당이 이번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 6·2 지방선거에 낙선한 인물을 넉달 만에 재출마하도록 공천하는 오만함마저 드러냈다. 이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면서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지원유세를 펼쳤음에도 민주당 후보는 일찌감치 3위권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는 민주당 중심의 호남정치 독과점 구도를 바꿔보자는 기대도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중앙정치에서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를 비판하는 것과 달리, 호남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정치적 자원을 철저히 독식하려 했다. 심지어 한 지방의회는 소수정당들의 기초의원 진출을 막기 위해 경찰력까지 동원해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 조례를 강행처리하기도 했다. 호남지역 지방자치가 부패로 얼룩지고 다양성이 실종된 데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고 봐야 한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는 입으로만 변화를 되뇔 게 아니라 당장 실천하라는 것이다. 특히 중앙무대에선 민주주의를 외치고 텃밭 지역에선 모든 기회를 깡그리 움켜쥐려는 이중적 행태는 이제 용인되기 어려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는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야권연대에 속도를 내라는 것이다. 광주 시민들이 비민주 야4당 단일후보한테 상당한 표를 준 것은 민주당이 연대의 ‘맏형’ 노릇을 제대로 하도록 채찍을 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기득권에 안주하려 할 경우 호남 유권자들마저 심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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