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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9 20:30 수정 : 2010.10.29 20:30

조변석개니 조령모개니 하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소득세·법인세 인하 철회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이 보인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침 발표와 저녁 설명이 다르고 어제 한 약속을 오늘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니 이러고도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감세정책은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핵심”이라며 “논란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감세 철회가 ‘적극 추진’에서 ‘단순 검토’로 바뀌더니 아예 ‘없었던 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번 일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밝힌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구호가 얼마나 허구에 찬 것인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부자감세 철회 여부는 한나라당이 내건 ‘70% 복지’ 등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었다. 감세정책의 수혜자가 서민이 아닌 부유층과 대기업이었고, 복지 확충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서도 감세정책 철회는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허망했다. 개혁적 중도보수로의 노선 변경이 단순한 말잔치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유감스럽게도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한나라당이 이러고도 계속 개혁과 중도를 얘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이라는 한나라당의 호언장담 역시 말뿐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한나라당의 감세정책 철회 검토에 결정적으로 제동을 건 사람은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였다. 그는 당에 전화까지 걸어 감세 철회에 반대했다고 한다. 강 특보의 이런 메시지가 청와대의 뜻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한나라당이 서둘러 감세정책 철회 검토를 접은 것은 아직도 당이 청와대에 종속돼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감세는 대통령의 약속’이라는 말 한마디에 세금 문제에 대한 당내 논의마저 막혀버렸다.

이번 사태가 한나라당에 던져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뒷감당을 못할 일이라면 아예 꺼내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부자정당, 기득권 옹호 정당의 이미지를 벗으려는 꼼수도 좋지만, 그러려면 사전 준비라도 철저히 해야 한다. 정체성 시비 논란이 일자마자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허약한 체질로는 어림도 없다. 그럴듯한 말로 국민들의 헛된 기대를 부풀게 하는 것만큼 큰 범죄도 없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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