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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0.29 20:32 수정 : 2010.10.29 20:32

한 건설노동자가 집 가진 사람을 보증인으로 내세우지 못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응급실을 거쳐 입원 수속을 밟다가 집 가진 연대보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한 것이다. 그는 결국 좀더 작은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대형병원이 돈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만 가난한 환자를 치료해준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의료복지에 대한 요구가 보편적 무상의료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사람 가려 가며 치료하는 현실은 착잡하다. 의료복지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돈보다 생명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건 의료인의 기본 원칙 아닌가.

놀라운 건 이런 행태가 이 병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흔히 입원환자들한테 연대보증인을 요구하며, 재산이 없는 사람은 보증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곳이 꽤 있다고 한다. 병원들은 치료 뒤 몰래 사라지는 환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덮어놓고 나무라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그것이 의료인의 기본 책무까지 저버리는 짓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큰 병원들의 이런 행태는 법의 허점으로 말미암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의료급여법이 저소득층 의료급여 대상자한테 입원보증금을 요구하지 못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연대보증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큰 병원들은 입원보증금 대신 연대보증인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저소득층을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법 개정 취지는 아랑곳하지 않는 처사다. 연대보증인도 금지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통해 이런 꼼수를 막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증 문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복지 관련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는 극빈층이 아니면서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은 특히 절실하다.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환자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 ‘공적 보증제’ 따위를 검토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지원을 받는 극빈층이 병원에서 갖가지 차별을 당하는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상당수의 극빈층 환자는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에서 푸대접을 받는 일이 많다고 호소한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 해법은 누구한테나 기본 의료를 보장해주는 걸 복지의 철칙으로 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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