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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한 3인방’ 모두 물러나고 새 경영진 빨리 구성해야 |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0일 자진 사퇴함으로써 신한사태 수습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게 됐다. 국내 최정상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은 신한뿐 아니라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라 회장 사퇴를 계기로 이른 시간 안에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
그러려면 우선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진이 모두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뿐 아니라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신한 3인방’ 모두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횡령·배임·금융실명법 위반 등 금융회사 경영진으로서는 치명적인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감독당국의 최종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새 경영진 선임 때까지 기존 경영진 중 일부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3명 중 한 명이라도 남아 있게 되면 이번 편싸움 과정에서 첨예해진 내부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것이다. 라 회장이 회장직만 사퇴하고 신한지주 등기이사직은 유지했는데 이것도 문제다. 라 회장뿐 아니라 신 사장, 이 행장도 모두 이사직까지 깨끗이 내놓아야 한다. 이사직을 유지함으로써 복귀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신한사태 해결을 더욱 지연시킬 뿐이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경영진 선임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관치금융 부활이다. 신한금융은 이번에 각종 비리가 불거지긴 했지만 순수 민간 주도로 국내 최정상에 오른 모범적인 금융그룹이다. 이런 신한금융에 관료나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는 관변 금융인이 들어가면 신한금융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관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걸 제1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고 최고경영진을 모두 신한 내부 인사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신한금융의 순혈주의는 장점도 있지만 폐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경영진을 모두 신한 내부인으로 채울 경우 편가르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외부 금융전문인의 영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갈등 해소와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외부 인사가 신한지주 최고경영진을 맡는 게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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