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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물 다양성 위한 국제협력의 결실, 나고야 의정서 |
지난 주말 세계 192개 나라가 생물 다양성 보전에 큰 획을 긋는 합의를 이뤄냈다.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가 그것이다. 이번 총회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마찰로 별 소득 없이 끝날 듯했지만, 폐회 직전 양보와 타협을 통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유럽연합이나 중국 같은 주요 국가는 물론이고 브라질, 인도, 서방 세력에 적대적인 쿠바까지 합의 도출에 힘을 보탰다. 일본의 막판 중재도 빛을 발했다. 한국 또한 주요 협상국으로 참여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합의가 환경보전을 위한 국제협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거라고 환영했다.
의정서 내용 또한 대체로 바람직하다. 선진국과 개도국간 마찰의 핵심인 생물자원 활용 이익을 개발 국가와 자원을 본래 소유한 국가가 공유하도록 한 조항이 특히 그렇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유전자원을 활용하려는 나라는 사전에 자원 보유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활용에 따른 이익도 함께 나눠야 한다.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면 선진국의 개도국 자원 착취 논란은 많이 줄 전망이다.
육지와 바다의 보호구역을 크게 확대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육지 보호지역은 현재 전체 면적의 12.5% 정도에서 17%로 늘고, 바다는 현재의 1% 미만에서 10%로 크게 확대된다. 또 참여국들은 2020년까지 생물 멸종 비율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각국은 이제부터 의회 등을 통한 비준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50개국 이상이 무사히 비준을 마친 뒤 90일 이후에나 의정서는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난 2000년의 ‘카르타헤나 바이오안전성 의정서’처럼 유명무실한 합의가 되지 않게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자면 각국의 의정서 이행을 확인할 절차와 기준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정서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이번 의정서의 근간이 되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 서명했으나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지금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공룡 멸종 시기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각성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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