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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1 20:53 수정 : 2010.11.01 20:53

어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 2명이 동반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인권위의 파행적 운영을 견디다 못해서다. 유남영·문경란 두 상임위원이 사퇴한 일차 원인은 상임위 권한 축소 문제다. 이는 현 위원장 등 보수적 위원들이 그나마 인권위의 명맥을 유지시켜온 상임위의 활동마저 무력화시키기 위해 내놓은 안으로, 이미 빈사상태인 인권위의 마지막 숨줄까지 끊어버리려는 것이기도 하다.

현 위원장 취임 이래 인권위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본래의 구실을 외면한 채 집권세력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인권을 지키는 보루에서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알리바이 기구’로 전락한 것이다. 예컨대 <문화방송> 피디수첩 사건,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처럼 인권위가 당연히 다뤄야 할 사안에는 침묵했다. 반면 전원위원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북한 인권 결의안을 인권위 전체 의견인 양 국회에 설명했다. 인권 문제에 전문성을 가진 별정직 공무원을 퇴출시킨 뒤 일반직 공무원들로 채움으로써 인권위의 전문성을 약화시켰다. 상임위원을 배제하고 독단적 운영을 하는 등 절차상의 위법과 탈법을 일삼았다. 현 위원장은 우리나라 인권 실태를 조사하러 온 유엔 인권보고관과 상임위원들의 면담을 막아 국제적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인권위가 퇴행하게 된 근본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 이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인권위를 축소·격하시키려고 나섰다. 인권에 무지했던 물권법 전문가를 위원장에 앉혔으며, 비상임위원과 사무총장을 인권의식이 없는 비전문가들로 채운 뒤 온갖 간섭을 다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를 계기로 나라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고 때마다 강조했다. 그 나라 품격의 척도는 바로 그 나라 인권의 수준이다. 존경의 대상이 됐던 우리나라 인권위를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시켜놓고 나라의 품격을 말하고 있으니 낯부끄럽기만 하다.

유남영·문경란 위원은 사퇴서를 던짐으로써 인권위와 우리 사회의 인권 퇴행에 경종을 울렸다. 이명박 정부와 현 위원장이 진정 국격을 생각한다면 이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 위원장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인권위의 틀을 출범 때 정신으로 돌아가 다시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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