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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1 20:53 수정 : 2010.11.01 20:53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싸움이 1895일 만에 마무리됐다. 노사는 어제 해고자 10명을 2012년까지 회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노사간 고소·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길고 긴 노사분규가 타결됐다는 점 외에도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의 시급함을 절절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처가 컸던 만큼 노사 어느 쪽도 승리자라고 할 순 없다. 노조로선 그렇게도 바라던 정규직 일자리를 얻게 됐지만 기쁨보다 안타까움이 앞설 것이다. 200여명으로 시작한 싸움은 10명의 복직으로 끝났다. 이들이 6년 동안 거리를 떠돌며 겪은 설움과 고통 또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김소연 노조분회장은 오로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바람 하나만으로 버텨왔다고 한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했던 회사는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더 많았다. 노동계에서는 ‘기륭전자’ 하면 떠오르는 건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이라는 부정적 인식이었다. 노조의 항의와 농성, 상호 고소·고발이라는 극한 대결이 회사 쪽으로서도 속편한 일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가 좀더 빨리 노조의 존재를 인정하고 진지하게 대화했다면 노사 모두 상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타결의 기쁨보다 만시지탄의 탄식이 앞서는 건 이런 까닭이다.

기륭전자 사태는 극한까지 가는 노사 대결일지라도 상호 존중과 대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용자나 정부 쪽은 기륭 사태의 교훈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물론 노동계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엄연한 교훈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노동현장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노사의 극한 대결 와중에 노조지부장이 분신한 경북 구미 케이이시(KEC) 사태는 그 전형이다. 김준일 노조지부장이 경찰의 검거 시도에 맞서 분신한 이후 노동자들은 격앙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회사와 경찰이 노조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회사와 경찰이 노조 죽이기로 일관했다가는 어떤 불상사를 부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당국은 노사 자율 교섭 분위기를 조성하고, 회사도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무조건 양보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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