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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더딘 경제회복에 대한 분노가 삼킨 미국 중간선거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이 2일(미국시각) 치른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민주당이 모두 장악했던 상하 양원 가운데 하원을 공화당에 내주고 상원은 가까스로 과반수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패배를 면치 못했다. 중간선거는 대개 집권당에 불리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72년 만의 참패다.
2년 전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며 화려하게 등장한 오바마 정권은 겨우 2년 만에 국민들의 배척을 받는 처지가 됐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느린 경제회복이다.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금융위기를 물려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개혁과 경기부양을 통해 위기 재연을 막고 경제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가시적 성과를 내진 못했다. 국민들은 여전히 당장의 일자리가 급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파산상태에 빠진 기업들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해 납세자의 돈을 낭비하고 있다며 분노를 부추기는 공화당 쪽의 선거전략이 힘을 발휘했다. 심지어 미국 역사상 획기적인 의료보험 개혁조차 혈세를 낭비하는 조처로 비판의 표적이 됐다.
백악관과 민주당이 자신의 치적조차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게 된 데는 개혁 반대 세력들의 조직적인 왜곡과 선동을 저지하려고 충분히 노력하지 못한 탓도 없지 않다. 그 결과 합리적인 중간층이 투표를 기피하고, 타협보다는 완강한 대결을 추구하는 티파티 지지자들이 대거 선거장에 나옴으로써 결국 강경우파들이 이번 선거에서 득세하게 됐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은 더 어려운 시작점에 섰다. 타협 불가를 외치는 공화당 강경우파들이 지배하는 의회를 감당하며 자신의 정치의제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의회세력을 견제할 국민들의 지지 확보가 필수적이다. 자신의 비전을 더욱 분명히 밝혀나가면서도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더욱 긴요해졌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분점하게 된 상황은 한반도 정세에도 일정하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당장 경기회복이 급한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한국 쪽 양보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북 강경책을 지지하는 공화당 지배 의회가 오바마 정권의 한반도정책 전환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우리 정부의 주도면밀한 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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