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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리 올리고 자본 유출입 규제 서둘러야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가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6000억달러의 추가 자금을 쏟아붓는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 만기 도래 채권에 대해서도 재투자를 하기로 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8500억~9000억달러의 자금을 방출해 미국 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이런 조처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파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비슷한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달러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풀린 자금은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은 신흥국가들로 밀려들 수밖에 없다. 이는 신흥국의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을 야기하고, 해당 국가의 화폐 가치를 끌어올려 새 분쟁의 불씨를 만들게 된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올해 들어 막대한 외국 자금이 밀려들면서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9월 3.6%, 10월에는 4.1%로 치솟았다. 정부는 채소값 때문이라고 하지만 달러 약세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과 넘쳐나는 국내 유동성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그뿐 아니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 탓에 올해 국내로 유입된 외자만 80조원을 넘었다. 그 여파로 종합주가지수는 1900선을 돌파했다. 자산거품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시간이 없다. 우선 한국은행은 물가와 자산거품을 잡기 위해 서둘러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정부도 환율의 점진적 하락을 용인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높은 환율을 유지하면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기성 단기자금이 더 몰리게 된다.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 신흥국이 최근 잇따라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걸음 나아가 과도한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규모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언제든지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시장 기능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번 기회에 자본 유출입 규모를 적정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또다른 금융위기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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