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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천안함 참사에 법적 책임 묻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
공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벌을 주는 신상필벌의 원칙은 조직 관리의 기본이다. 특히 지휘체계에 대한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는 군에선, 신뢰의 원천인 신상필벌의 원칙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국방부가 그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입건한 최원일 전 함장, 김동식 전 2함대사령관 등 지휘관 4명을 모두 형사처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군검찰 수사 결과 이들이 대잠수함 경계를 소홀히 한 죄(군형법 35조의 지휘관 전투준비 태만죄) 등이 인정된다고 했다. 군 합동조사단 발표대로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을 전제한다면, ‘경계의 실패’ 책임을 엄중히 물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중대한 책임에 대해 국방부는 군의 사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내부 징계만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장병 46명이 숨지고 초계함이 두 동강 난 초유의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도 묻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군은 휴전선과 해안 등을 경계하는 부대의 방어망이 뚫렸을 때, 말단 부대부터 최상급 부대 지휘관들에 이르기까지 가혹한 징계는 물론 형사책임까지 묻고 했다. 그런 신상필벌의 원칙을 이번엔 완전히 묵살해버린 것이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생겼을 경우 어떻게 다스릴지 걱정된다. 사안에 따라 원칙이 달라진다면, 군은 원칙의 집단이 아니라 편법과 기회주의 집단으로 변질될 것이다. 기강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천안함 사건 처리와 관련한 정부의 무원칙한 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정부는 앞서 46명의 희생 장병한테 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참변을 당한 이들의 희생을 깊이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공훈장은 전투에 참여해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수여하도록 상훈법은 규정하고 있다. 천안함 장병들이 전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는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가 신상필벌은커녕 잣대를 고무줄처럼 늘이고 줄이는 배경에는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려는 동기가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최종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 역시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군의 기강과 전력을 제대로 유지해나갈 수 없다. 군의 문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순수한 군의 논리로 다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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