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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5 19:02 수정 : 2010.11.05 19:02

‘청와대 대포폰’이 불법 민간인사찰을 저지른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제공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개입 의혹과 검찰의 부실수사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난 탓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검찰은 재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대포폰’을 ‘차명폰’이라고 호도하려 들거나, 뻔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대충 뭉개면서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제 의혹이 너무 커졌다. 대포폰의 개설과 해지 시점만 봐도 청와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대포폰을 개설한 것은 검찰이 감사원으로부터 감사결과를 넘겨받고 압수수색을 벌이기까지 미적대던 지난 7월7일 즈음이었다고 한다. 대포폰은 곧바로 지원관실에 전달돼 사찰 기록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삭제하는 데 사용됐다. 대포폰 해지도 이 행정관이 검찰청사 밖에서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인 8월 초였다고 한다. 정황상 청와대가 불법사찰뿐 아니라 그 증거의 인멸에도 깊숙이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불법사찰을 주도했다고 볼 만한 단서는 이것 말고도 많다. 지원관실 직원의 수첩에서 ‘BH(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메모가 발견됐고, 청와대 보고용으로 보이는 여당 중진 의원 내사보고서도 나왔다. 청와대 대포폰부터가 비선의 지휘·보고 관계를 보여주는 핵심 증거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그동안 숨겨왔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에 대한 추가조사 따위 기본적인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조사하기는커녕 청와대 눈치만 보다 지레 수사를 포기한 형국이다. 이러고도 재수사가 필요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이미 이번 사건이 ‘한국판 워터게이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의 검사 출신 의원들까지 검찰 수사를 두고 ‘부끄럽다’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마당이다. 이를 무시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사회’는 헛구호라는 비웃음만 사게 된다. 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도 깊어질 것이다. 부실수사와 은폐의 책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전면 재수사와 특검 도입, 국정조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더 미루다간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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