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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 언론도 비꼰 ‘G20 호들갑’ |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정부의 호들갑이 너무 지나치다. 이 행사의 성공적 개최라는 명분만 내걸면 무엇이든 못 할 일이 없다는 투다. 외국 언론까지 한국의 G20 이상열기를 꼬집고 나섰지만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경찰은 최근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은 대학강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웃음거리가 됐다. 기껏해야 벌금 정도 물리고 끝낼 일에 “G20 행사를 방해하려는 음모”라는 어마어마한 죄목까지 붙였으니 심각한 공권력 남용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또 중동지역 출신 유학생들을 불법사찰하는가 하면, 정상회의에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된 대학생들의 학술제까지 통제하고 나섰다. 심지어 서울 서대문구청은 주민들에게 정상회의 기간에 음식물 쓰레기를 내놓지 말라는 어이없는 요구까지 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런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정부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를 ‘국격’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실제 나타나는 양상은 정반대다. 최근 미국 통신사인 <블룸버그>가 정상회의에 대한 한국의 이상열기를 비꼰 데서도 이런 기류는 감지된다. 서울시청 직원들이 업무를 제쳐놓고 거리 청소에 나서고, 7살짜리 어린이들까지 환율 공부를 하는 한국의 모습은 그들의 눈에는 ‘이상한 나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중동·아프리카 등의 이주민과 유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불법사찰을 자행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아무리 경호경비가 중요하다고 해도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 정책이다. 이런 행동으로는 우리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반발과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는 이번 정상회의를 정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국민의 환심을 사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이런 국제행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단 이틀의 외국 손님맞이를 위해 시시콜콜한 국민의 일상생활을 간섭하고 기본권까지 제약하려는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아셈, 아펙 정상회의 등 이런 종류의 굵직한 국제대회도 많이 치러봤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만 끝나면 한국이 ‘세계 외교의 중심’이 되고 수십조의 경제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장밋빛 선전에 놀아날 만큼 우리 국민은 결코 어수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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