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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호드림호는 풀려났으나, 이대로는 안 된다 |
원유운반선 삼호드림호와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24명 전원이 그제 풀려났다. 지난 4월4일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지 217일 만이다.
선원들이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대가가 너무 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해적들은 무려 950만달러(105억원)를 챙겼다고 한다. 선원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 해적들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의도적으로 선원들을 괴롭히는 행태를 보였다. 억류 기간이 이전 사례보다 훨씬 길어진 것은 해적들이 그만큼 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지난달 9일 케냐 해상에서 납치된 금미305호가 여전히 소말리아 해적의 손안에 있다. 이 배에는 선장과 기관장 등 한국인 2명과 케냐인 39명, 중국인 2명이 타고 있었다. 소말리아 해적은 2006년 이후 한국인이 탑승한 선박을 7차례나 납치했다. 이들이 한국인을 주요 납치대상으로 삼는다는 말까지 떠돈다.
소말리아는 최악의 ‘실패한 나라’다. 정부군과 반정부세력의 무장충돌로 20년 가까이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서, 해적들은 당국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다. 또한 끝없는 경제난은 해적질의 기업화를 부추긴다. 한해 수백건에 이르는 지구촌 해적행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소말리아 해적이 저지를 정도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종합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우선 긴급 대응체제 구축 등 선박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각국의 정보 공유와 해적 퇴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소말리아 당국이 해적들을 단속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충분히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가난한 소말리아 주민이 해적행위에 가담할 동기를 없애기 위한 폭넓은 사회·경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해 지난해 3월 청해부대를 현지로 보냈으나 삼호드림호와 금미305호의 피랍을 막지 못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더 철저하게 공조하지 않는다면 해적행위를 근절할 수가 없다. 일이 벌어진 뒤에 마음 졸이는 경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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