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10 20:27
수정 : 2010.11.10 20:2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분야에서 미국 쪽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두 나라는 9~10일로 잡혀 있던 통상장관 회의 일정을 늘려 어제까지 협상을 계속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미국이 자동차분야에 이어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요구대로 자동차분야에 이어 쇠고기시장까지 추가 개방하게 된다면 이는 최악의 협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재협상이라면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번 재협상에서 미국 쪽에 양보한 자동차분야만 봐도 사안이 간단치 않다. 정부는 미국 자동차에 한해 배출가스 기준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자동차 안전기준도 국내 기준과 미국 기준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우리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단순히 관세율 조정을 통한 시장 개방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자동차분야의 기존 협정도 결코 우리에게 유리한 게 아니다. 미국차는 협정 발효 즉시 국내 수입 관세가 철폐되는 반면 미국에 수출되는 국산차의 관세는 3000㏄ 미만 차만 즉시 폐지되고, 3000㏄ 이상은 3년 안에 없어진다. 특히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는 픽업트럭은 관세를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철폐하게 돼 있다. 이런 마당에 미국 수입차에 대해 안전기준과 환경기준까지 완화해준다면 미국의 이익만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불평등 협정이 된다.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쇠고기 문제는 에프티에이 재협상 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토머스 도너휴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현재 쇠고기 문제는 4분의 3 정도 해결됐다. 이제 마지막 구간을 통과하고 사소한 조정만 남았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정부 발표와는 달리 쇠고기시장 추가 개방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말이 된다. 쇠고기 문제와 에프티에이 재협상은 별개라는 정부 발표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재협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에 끌려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오늘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제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재협상 타결 선언을 한다면 ‘제2의 촛불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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