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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0 20:29 수정 : 2010.11.10 20:29

노동조합 간부의 분신까지 빚은 경북 구미 케이이시(KEC) 공장 사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됐다.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케이이시와 경찰 사이의 공문을 보면, 회사는 시늉뿐인 협상을 하는 뒤로 경찰에 강제진압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드러난다. 경찰은 그런 회사 편만 들어 무리한 체포작전을 감행했다. 성실한 협상은커녕 주먹을 들이대며 누르려고만 한 것이다. 수십년 전 행태와 하나 다를 바 없는 폭압이다.

일이 여기까지 이른 데는 대화 대신 경찰력에만 의존하려 한 회사 쪽 탓이 크다. 케이이시는 그동안 노조의 많은 양보에도 불구하고 노사 교섭을 외면한 채 구조조정 등을 강행하려 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회사 쪽은 분신 사태가 있기 직전인 지난달 28일까지 구미경찰서장 앞으로 세 차례 공문을 보내 농성중인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10월29일 오후 5시까지로 경찰력 진입 시한을 명시하기도 했다. 회사 쪽은 이런 상태에서 노조와 만나자고 나섰다. 파업이 넉 달을 넘기고 공장 점거 농성 열흘째가 되도록 사실상 협상에 손놓고 있다가, 경찰의 체포작전이 벌어지기로 돼 있던 10월30일 당일에야 비로소 책임 있는 간부를 내보내 교섭을 벌이자고 한 것이다. 실제 협상을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노조 지도부를 유인해 체포하려는 따위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무리하게 체포작전에 나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경찰도 회사 쪽이 요구한 강제진압이 위험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할 경우 공장 내 위험물 폭파나 분신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회사 쪽에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회사 쪽에 성실협상을 촉구하기는커녕 짬짜미로 노조 농성을 깨는 데만 급급했다. 노조 지도부 체포영장을 받아 20여명의 체포조를 회사 안에 들이면서도 스스로 예견했던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는 허술했다. 별도의 작전 계획서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력의 오·남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분신 사태 이후에도 케이이시 파업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사 교섭은 여전히 난항이고, 노조 지도부 4명이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아 분신이라는 극단적 사태를 초래하고도 아직 모자란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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