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지구촌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원천봉쇄한 한국 정부 |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오늘까지 이틀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지구촌의 삶과 관련된 문제들이 충실하게 논의되고 다양한 문제의식이 표출되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례없이 치졸한 방법으로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시민사회 인사들이 미디어센터를 이용할 기회를 원천봉쇄한 것은 대표적이다. 국내외 시민사회 인사들은 미디어센터에 들어가 브리핑을 접할 수도 없고, 자신의 입장을 국내외 취재진한테 알릴 수도 없다. 그동안 네 차례의 다른 정상회의에서는 시민사회 인사들의 미디어센터 출입이 당연히 허용됐다. 직전 토론토 회의 때는 시민사회 인사들을 위한 독립 미디어센터도 운영됐다. 시민사회를 불온시하는 이 정부의 편견이 여과없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치졸한 행태는 이것뿐이 아니다. 여러 나라 시민사회 활동가와 학자들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서울에서 비정부기구 차원의 정책 워크숍을 열고자 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 행사에 참석하려는 외국 시민사회 활동가한테 비자 발급을 거부하거나,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하고 강제로 돌려보내는 무리한 짓까지 했다. 아마도 정상회의에 대한 비판 의견을 차단하려는 의도일 터이다. 민주주의를 내세우기 부끄러운 처사다.
각 나라 정부가 참여하는 대형 국제회의가 열릴 때 비정부기구 차원에서 별도의 관련 행사를 열거나 때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제 지구촌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각 나라 정부도 다양한 견해가 질서있게 표출되도록 지원하고 장려한다. 이에 반해 지구촌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의견 제시를 봉쇄하려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지구촌의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모처럼 대형 국제행사 의장국을 맡아놓고 행사와 나라의 격을 되레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의 문화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후진적 발상이 개탄스럽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