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G20 서울선언,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의 발판 되길 |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어제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정책공조를 뼈대로 한 서울선언을 내놓고 폐막됐다. 정상들은 국제적 쟁점이 되고 있는 환율 문제에 대해 “경제 펀더멘털(기초)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환율 유연성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 경상수지 목표제는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 11월 파리 정상회의 때까지 이에 기반한 평가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애초 기대와 달리 국제적인 환율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경주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 때 합의한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에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각국 정부가 환율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환율전쟁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는 이뤘지만 이를 진전시킬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경상수지 목표제도 마찬가지다. 경상수지라는 한가지 지표만으로 글로벌 불균형을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이해 당사국들의 반발에 따라, 여러 지표를 고려해 불균형 상황을 평가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데 그쳤다. 비록 예시적 가이드라인 마련 일정에는 합의했지만 애초 미국과 한국이 주도했던 경상수지 조정을 통한 불균형 해소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글로벌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야기하고 이는 다시 환율전쟁이나 무역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국, 독일, 브라질 등의 갈등은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상수지 등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을 놓고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대립하는 양상이어서 그 해법을 찾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G20 국가들이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 갈등 해소를 위한 지속적 논의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환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번 정상회의의 의미를 낮게 평가할 이유는 없다. 서울회의는 G20 체제가 출범한 이후 기존 주요 7개국(G7) 국가가 아닌 곳에서 열린 첫 회의다. 더불어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개혁이 이뤄졌다. 중국 등 신흥국의 쿼터가 6% 이상 늘었고, 유럽 국가들 몫의 이사 두명이 신흥국 쪽으로 넘어왔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질서에서 신흥국가들의 약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경제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과도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영향을 줄이기 위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인정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특히 국제 금융시장의 급변으로 빈번하게 경제위기를 겪어온 신흥국들에게는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전제로 한 지난 30여년 동안의 세계 금융질서에 큰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우리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다시 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않도록 건전한 금융 시스템에 기반한 균형성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