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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체적 문제점 드러낸 ‘포항 노인요양원 참사’ |
경북 포항의 한 사설 노인요양원에서 불이 나 할머니 10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혼자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70대 이상의 치매나 중풍 환자들이었다. 쏟아지는 연기 속에서 꼼짝 못하고 고통을 견디다 저세상으로 떠난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이번 참사는 화재 시각지대에 놓인 노인요양시설의 현주소를 극명히 보여준다. 불이 난 인덕요양원에는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화재 신고를 119가 아닌 인근 연구소 경비실로 할 정도로 근무자들의 대응도 미숙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인 만큼 화재 발생시 긴급피난 등의 대비체제가 철저히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이런 안전시스템은 전혀 없었다.
이런 허술한 안전시스템은 인덕요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평가에서 이 요양원은 5등급 가운데 중간인 C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환경과 안전, 운영 방식이 이곳보다 더 열악한 노인요양시설이 전국에 널려 있다는 얘기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요양시설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인덕요양원과 같은 노인요양시설은 전국적으로 2007년 1114곳에서 지난해 말에는 1642곳으로 늘어났다.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되고 간단한 신고만으로 이런 시설을 세울 수 있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관리·감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서비스의 질 하락, 시설 종사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은 오래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수지를 맞추기 위해 관리 인력을 크게 줄인 요양시설도 많다. 인덕요양원처럼 건물 규모가 작은 요양시설은 소방법상 화재경보기 설치 대상에서 빠져 있을 정도로 법과 제도도 허술하다. 이번과 같은 대형 참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셈이다. 노인요양시설 전반에 대한 당국의 치밀한 점검과 관리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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