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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14 20:55 수정 : 2010.11.15 14:24

버마(미얀마의 옛 국호)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가 오랜 가택연금에서 풀려났다. 1989년부터 석방과 연금을 거듭하며 모두 15년간 갇혀 지낸 그의 석방으로 버마 민주화운동은 새로운 힘을 얻게 됐다. 애초 가택연금 자체가 부당했으니 석방은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미얀마 군부가 이제야 생색내듯 수치를 석방한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수치의 석방은 지난 7일 총선 직후 이뤄졌다. 20년 만에 치른 총선에선 군부의 후원을 받는 신설 정당이 의석의 75%를 차지했다. 그런 결과는 야당의 입과 발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선거에 앞서 군부는 지난해 가택연금 만료를 앞둔 수치에게 엉뚱한 혐의를 씌워 가택연금을 연장했다. 올해 초엔 새 선거법으로 주요 야당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봉쇄했고, 의석의 25%는 아예 군부 몫으로 배정하도록 했다. 야당인 민족민주동맹은 이미 정당의 법적 지위를 상실한 상태다. 선거는 시늉일 뿐 군부의 집권 연장을 분식하기 위한 정치적 쇼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수치 석방은 이런 엉터리 선거에 대한 나라 안팎의 비판을 호도하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수치 석방에 만족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20여년 동안 철권통치를 계속하면서 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짓밟아왔다. 그사이 풍부한 천연자원을 가진 미얀마는 국제사회와의 단절로 피폐해졌다. 버마 민주화는 이 나라가 시대착오적 군부독재를 벗어나 되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금이라도 폭력과 기만으로 집권을 연장하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한다. 반대파를 탄압하는 데 또다시 법을 남용하지 않는 일, 구금된 2200여명의 정치범을 석방하는 일, 야당과 소수민족과 실질적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 지금 군부가 해야 할 일이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촉구와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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