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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의 그릇된 대언론 관계, 이래도 되나 |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언론사가 두루 참여하는 기자회견은 기피하고 우호적인 언론매체만 골라서 상대해왔다. 그러잖아도 대통령의 언론관계에 문제점이 적지 않던 터에 그릇된 행태가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취임 뒤 지금까지 불과 4차례밖에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한 해에만 모두 42차례 기자회견을 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대신에 이 대통령은 대국민 방송연설을 선호했다. 간혹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텔레비전에 출연했으나 대화다운 대화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 대통령은 어쩌다 기자회견을 해도 불편한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대통령은 일방적 홍보만 추구했을 뿐 쌍방향 소통은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
이런 행태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정 현황을 국민한테 수시로 알리고 국민들의 궁금증에 답변해야 하는 책무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정이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들한테 위임받은 사무라는 점을 잊은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이다.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한다는 상식도 이 대통령한테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4대강 사업, 감세, 대포폰, 아랍에미리트 파병 등 쟁점 현안들이 즐비한데도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이 제대로 알 길이 없다면,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쌍방향 소통을 통해 여론이 건전하게 형성되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라 하기도 어렵다.
청와대는 자신들이 선택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통 기능이 충족된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동아일보> 인터뷰만 뜯어봐도 그런 주장은 근거가 약함을 알 수 있다. 이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고소득층 감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뜻을 밝혔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부자 감세 철회’ 요구가 제기되는 시점인데도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생각을 세세히 캐묻지 않았다. 제대로 된 비판적 인터뷰라기보다는 대통령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옮긴 것 아니냐고 지적될 만했다.
청와대가 언론을 이용하려고 해도 언론은 이를 비판하면서 취재원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상당수 언론사들은 이런 본연의 자세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언론계의 각성도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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