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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각한 ‘사업장 발암물질’, 정부 책임이 크다 |
전국금속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 환경단체들이 어제 발표한 전국 63개 사업장의 발암물질 실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6개월 동안 9000여종의 화학물질을 조사한 결과 10% 정도에서 1~2급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한다. 백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28개 제품에서 나왔고, 공장에서 쓰는 단열재 등에서는 석면이 나왔다. 3급 발암성 물질이나 기타 유해물질까지 더하면 전체의 47% 정도에서 독성물질이 나왔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발암물질이 영세·소규모 업체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의 큰 공장에서도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확인된 발암물질 가운데 상당수는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것들이다. 기업들은 성분 확인이나 관리 노력 없이 마구 사용했던 셈이다.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가 무방비 상태로 위험에 노출됐다.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알 길이 없으나, 함께 발표된 암환자 상담 결과와 과거 발병 현황을 보면 이미 상당수의 희생자가 생긴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렇게 유독물질이 널리 쓰이는 건 기업보다는 정부 탓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발암물질은 작업 공정에 필요한 화학물질 원료가 아니라 불순물로 포함된 것들이라고 한다. 납품업체에서 공급하는 화학물질을 별 의심 없이 사용하는 개개 기업들로선 위험물질을 걸러내기 힘들 수 있다. 화학물질 제조 과정에서부터 정부가 철저히 감독하고 규제해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이번에 확인한 발암물질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정부는 이제라도 규제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전국적인 발암물질 실태 조사도 필요하다. 사업장의 발암물질 사용은 사업장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인식도 중요하다. 계속 방치하면 이런 사업장들은 나라 전체에 피해를 끼치는 오염원 구실을 할 것이다.
기업들도 발암물질 추방에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시급한 과제는 소규모 부품업체부터 완성차 업체까지 업계 전반의 협력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완성차 업체에서 발암물질을 쓰지 않더라도 납품업체에서 쓰면 효과는 반감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가 회사 쪽에 업계 전반의 협력과 납품업체 지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발암물질은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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