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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쥐 그림’으로 공안사건을 만들 셈인가 |
경찰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 등의 배후를 캐기 위한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이 그림과 관련된 5명이 인문학 연구 모임인 ‘수유+너머’에서 함께 공부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유+너머에서 주로 무슨 책을 보느냐’ ‘회원제 등 자격조건이 있느냐’ ‘세미나를 듣는 돈은 어디에 내는가’ 따위까지 캐묻고 있다고 한다.
우선 이 사건을 대하는 검찰과 경찰의 끈질기고 악착같은 태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검찰은 이미 홍보 포스터에 낙서를 한 대학강사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당했다. 이쯤 됐으면 그냥 끝내고 넘어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배경이 수상쩍다. 게다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곳은 공안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다. 검경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포스터 훼손 사건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 배후가 있는 공안사건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수유+너머에서 무슨 책을 보는지 따위까지 꼬치꼬치 캐물을 이유가 없다.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넣은 행위는 애초부터 범죄라고 이름 붙일 게 아니었다. 이것은 이미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거리예술’로 자리잡은 ‘그라피티 아트’의 일종이다. 그냥 웃고 넘어갈 행위를 굳이 범죄라며 정색하고 달려드는 것부터가 촌스럽기 짝이 없다. 굳이 심기가 불편하면 경범죄로 처리하거나 기껏해야 벌금 정도만 물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검찰과 경찰은 이 사건을 ‘국가의 품격에 도전하는 행위’라는 어마어마한 죄목을 씌워 접근했다. 이는 검경이 쥐 그림에서 특정 인물을 연상해 과잉충성을 하는 것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정부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 이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연일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검경의 과잉수사를 보면 외국이 한국을 나쁜 의미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구속영장 청구로 이미 한 차례 나라 안팎에서 조롱거리가 됐던 검경이 또다시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검경은 이런 데 쓸 힘이 있으면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치안에 더 관심을 쏟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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