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11.21 21:24 수정 : 2010.11.21 21:24

삼성이 과거의 전략기획실처럼 계열사를 총괄지휘하는 그룹 조직을 복원하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말로는 미래를 대비한다고 했지만 이사회를 무시하고 회장 한 사람이 경영을 전횡하는 황제경영으로의 복귀 절차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대에 역행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바란다.

삼성은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4월 경영에 복귀했지만 그의 지위는 실체조차 불분명하다.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회 구성원도 아니면서 회사를 대표하고, 경영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으니 이를 정상적인 회사라고 할 수가 없다. 이번에 복원하기로 한 그룹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룹 역량을 한데 모은다는 명분이지만, 계열사들 위에 군림하면서 황제경영을 떠받치는 구실을 할 게 분명하다. 인사, 재무 등의 모든 권한을 회장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면서 계열사 이사회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미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그룹 조직의 폐해를 수없이 경험했다. 비자금 조성, 경영권 편법 승계 등 각종 부정과 비리가 모두 구조조정본부나 전략기획실의 주도로 이뤄졌다. 회사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회장 개인을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경영에 실패했을 때 이런 조직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때 삼성자동차의 경영이 실패했을 때도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한 이 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고 빠져나갔다. 법적 근거도 없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기형적인 경영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회사가 회장 개인의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주주들을 경시하는 회사가 어떻게 투명 경영을 하고 미래를 대비하겠는가. 어떤 세계적인 기업도 그런 식의 경영을 하는 곳은 없다. 삼성이 과거의 잘못에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었다면 이사회 중심의 정도 경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룹 조직의 복원부터 철회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도 그룹 조직 뒤에 숨어서 경영을 하려 하지 말고 등기이사로 당당하게 경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책임 경영이 이뤄질 수 있다. 또 그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길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