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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험생 울리는 교육당국의 ‘신뢰 파기’ |
입시정책을 주관하는 교육당국을 믿을 수 없다면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지고, 수험생의 믿음을 잃으면 당국은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당국의 말과 실제 집행하는 정책이 일치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지금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교육당국을 믿었더니 손해만 본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그렇다. 지난 3월 안병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수험생들이 <교육방송>(EBS)과 수능 문제가 직접 연계됐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 역시 사교육을 받지 않고 교육방송 교재만 공부해도 수능을 잘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연계율이 70%라고 했지만, 실제 문제들은 상당히 응용되거나 비틀려 있어 학생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가채점 결과 수리·언어·외국어 영역의 성적이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과부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교과부가 교육방송의 사교육 억제 효과를 부풀리려다 보니 말이 너무 앞서가 일어난 사태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목고 입시도 그렇다. 교과부는 올봄 자사고와 특목고 입시에서 영어면접을 금지하고 공인 외국어시험이나 경시대회 성적을 기재하면 불이익을 주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올해 자사고 전환을 신청한 용인외고와 민족사관고는 버젓이 영어면접을 시행했다. 교과부의 지침을 믿고 영어면접 준비를 안 한 학생들만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사교육을 억제한다며 내놓은 정책이 이렇게 신뢰를 잃으면 사교육은 오히려 팽창할 수밖에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수능 난이도 조절과 교육방송의 질 제고 등 대책 마련과 함께, 정책 효과를 과장하지 않고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긴요하다. 아울러 용인외고나 민사고의 경우 지정 취소 등 엄벌에 처함으로써 다른 자사고나 특목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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