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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랑의 열매’, 어찌 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나 |
‘사랑의 열매’에 대한 믿음이 바닥에 떨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한달 동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6개 지부를 종합감사한 결과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유흥업소 비용을 충당하는 등 적지 않은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돈만 함부로 쓴 게 아니다. 채용 과정에서도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공개경쟁 시험에서 떨어진 이들을 계약직으로 특별채용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다시 정규직이 됐다고 한다. 최근의 임금 인상률도 공공기관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시민들의 믿음을 생명으로 하는 모금단체가 신뢰를 잃는 건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누가 공동모금회에 선뜻 기부하고 싶겠는가. 자신의 기부금이 모금회 직원들의 유흥비로 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열던 지갑도 닫아버릴 것이다. 모금단체에 특별히 더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공동모금회가 시민들의 선의를 배반한 것도 큰일이지만, 그로 말미암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이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모금단체에 대한 불신은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기부금이 줄어드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모금회가 신뢰 회복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공동모금회는 이제 조직 혁신을 위한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 내부 감사팀마저 노래방·맥줏집 등을 다니며 돈을 썼다고 하니 조직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셈이다. 그야말로 새로 시작하는 자세로 조직을 쇄신해야 한다. 내부 견제를 되살릴 방안도 중요하지만 이참에 외부에서 조직을 견제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다른 사회복지·모금 활동 단체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길 기대한다. 신뢰를 쌓기는 힘들지만 잃는 건 한순간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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