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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24 20:51 수정 : 2010.11.25 08:31

연평도 포격 사건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무모한 도발을 북한이 저지른 까닭이다. 그렇다고 남쪽 정부가 안보 관리 무능력에 대한 책임을 벗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도대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능력이 이 정부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이 문제다. 이 대통령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인 그제 오후 3시50분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발표했다. 안보상황을 책임진 군통수권자로서 당연한 첫 대응이자, 나름대로 적절한 원칙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런데 청와대는 잠시 뒤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발언이었다고 수정했고, 나중에는 “대통령은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말씀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송두리째 바꿨다.

청와대는 애초 발언은 실무자가 잘못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전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이 최초 브리핑 내용대로 군에 지시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침을 바꾼 게 분명하다. 남북 사이에 포격전이 벌어지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침을 이리저리 바꾸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당장 군이 의문을 느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위기상황에서 국가지도자의 신뢰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말을 바꾸고 새로 한 지시는 더욱 혼란스럽다. 이 대통령은 합참 지휘소를 찾아 “북한 미사일 기지도 (도발 조짐이 있으면) 경우에 따라 타격하라”며 낮과 정반대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민간에 대한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상대에게는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것은 자칫 전면전을 촉발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지시였다. 가령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아닌데 조짐만 있다고 기지를 선제 타격한다면 북한은 전면전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남쪽은 국제법적으로 선제 침공의 책임도 뒤집어쓰게 된다.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을 버젓이 지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과연 이 대통령이 말뜻의 심각성을 알고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군의 대응도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강경정책으로 선회함에 따라 북의 도발이 증가할 것임은 충분히 예견되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군 당국자들은 물샐틈없는 대응 태세를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정작 포격사건 당일 군은 북이 전화통지문을 통해 행동을 경고했음에도 이렇다 할 사전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연평도 민간인을 대피시키지 않고 그대로 위험에 노출시켰다. 군 지휘부가 주둔 병력에 비상을 걸었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군의 대응 포격도 늑장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군 당국이 연평도 해역에서 호국훈련을 실시했다고 했다가 일상적인 사격훈련이라며 말을 바꾼 것도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번 사태는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이 안보상 중대 위협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한을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국방 태세를 제대로 갖추는 것도 아니다. 대신에 기회 있을 때마다 “몇 배로 응징”하겠다는 감정적 선동과 말폭탄만 쏘아댈 따름이었다. 우리의 안보 불안감은 정부의 비현실적인 허장성세 때문에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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