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1.25 21:48
수정 : 2010.11.25 21:48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사흘이 지났다. 사태가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도발의 책임 문제를 짚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며, 이번 일의 기저에 깔린 갈등의 근원도 따져볼 수 있다. 그런데 남북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이 되레 한반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어 걱정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여하는 연합훈련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무력시위로 북한을 압박해보자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훈련이 잠깐 기세를 올리는 것 말고 무슨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미 두 나라는 천안함 사건 뒤에도 북한을 압박하고자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벌였으나 북한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거꾸로 중국의 반발 때문에 2차 연합훈련을 서해에서 동해로 옮겨 실시하면서 두 나라의 체면만 구겼다. 동북아 긴장만 고조시킬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을 압박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미 두 나라가 중국의 협력을 받으려고 애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의 연쇄 통화에서 이런 뜻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한편으로 중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서해 항공모함 군사훈련을 하면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상대방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동해서는 상대를 움직일 수 없다. 실제로 26~27일로 예정됐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일정이 갑자기 연기됐다. 중국과 협력해 해법을 모색하긴커녕 가뜩이나 좋지 않은 한-중 관계에 더 금이 가게 생겼다.
정부가 교전규칙을 크게 수정하겠다는 것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기존 교전규칙이 ‘확전 방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 북한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대통령은 포격 당일 군의 보고를 받고 “비행기로 (북한 해안포 기지를) 때리는 것은 못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북쪽 공중전력의 대응을 부르면서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위험성을 알고나 한 발언인지 의문이다. 한반도 군사대치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군사대응은 무책임하다.
북쪽 역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는 어제 남쪽이 도발한다면 ‘주저없이 2차, 3차로 물리적인 보복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쪽은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까지 살상하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자신의 책임은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재차 군사행동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설령 북쪽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에 관해 주장할 바가 있더라도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누구의 지지도 받기 어렵다.
북쪽 적십자사가 인도주의 문제 해결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며 남북대화 파탄을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각종 인도주의적 현안은 남북 사이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하는 게 마땅하다. 남쪽이 기왕에 잡혀 있던 적십자회담을 취소한 것이나 북쪽이 대화 파탄 선언을 한 것이나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관련 당사자들이 힘과 고집만 내세운다면 자칫 추가 충돌마저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당사자들은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 특히 남북이 어떤 형태로든 접촉 기회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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