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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먹튀 논란’ 속 하나금융에 넘어가는 외환은행 |
하나금융지주가 어제 영국 런던에서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맺었다. 인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외환은행은 내년 2~3월께 하나금융그룹에 편입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수합병과 달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는 문제가 적잖다.
우선 론스타의 자본 성격에 대한 판단이 아직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론스타가 2003년 9월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심사하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면 론스타는 9%가 넘는 외환은행 지분을 6개월 안에 매각해야 한다. 당연히 외환은행 매각협상력이 떨어져 매매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감독당국은 이에 대한 판단을 계속 미루고 있다. 그러는 사이 론스타는 보유 지분 51.02%를 높은 가격에 팔고 나갈 수 있게 됐다. 감독당국이 론스타의 ‘먹튀’를 사실상 방치하는 셈이다. 감독당국은 이른 시일 안에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자금 조달 능력도 문제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환은행 인수 대금 4조7000억원 중 3조원 정도는 내부 자금으로 충당하고, 1조~2조원은 채권 발행과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외부 자금을 끌어올 경우, 하나금융뿐 아니라 인수되는 외환은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하나은행은 금융위기 여파로 정부와 양해각서를 맺고 자구노력을 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자산 규모나 국내외 영업망, 카드사업 부문 등에서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은행 규모가 커지면 금융소비자들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국민경제와 금융시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심사해 인수 여부를 승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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