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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26 21:21 수정 : 2010.11.29 15:54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김병기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전격 경질했다. 우선 연평도 포격에 따른 위기 상황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만큼 인사 시점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김 장관 경질의 진짜 배경은 대통령의 ‘확전 자제 지시’ 논란 때문이라고 한다. 인사조처의 성격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첫 포격 직후인 지난 23일 오후 3시50분께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저녁 “대통령은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말씀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다음날 국회에서 김 장관은 이와 정반대로 ‘확전 자제 지시를 받았다’고 발언했다. 이를 토대로 보수층 인사들이 일제히 대통령의 대북 대응이 유약하다고 공격하고 나섰고, 결국 청와대는 국방장관 경질을 결정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바 없다면서 실무자들의 ‘전달 실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관과 대변인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멋대로 지어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 발언은 안보위기 상황에서 또박또박 받아적어 전달해야 할 군 통수권자의 ‘작전지침’이었다. 여러 핵심 관계자들이 그런 발언을 전했다면 대통령이 그 발언을 실제로 했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는다. 이후 청와대가 이 지침을 뒤집으면서 국방장관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은 참으로 보기가 좋지 않다. 군 관계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데 무리가 아닌 듯하다. 대통령에 대한 군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주장대로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청와대는 단순한 ‘메시지 관리 착오’로 축소하려 한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작전지침을 잘못 이해하고 그 지침을 전군에 전파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정부의 안보관리 능력을 송두리째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이 그렇다면 국방장관과 청와대 국방비서관 경질에 그칠 게 아니라 전말을 낱낱이 조사해 책임 소재를 엄정하게 규명해야 마땅하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지침을 번복하고 장관을 경질하는 모든 과정에 안보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물씬 풍긴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장관의 국회 답변 탓에 정권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면서, 우리 사회 보수층의 여론을 무겁게 살피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행태가 바로 전형적인 ‘안보포퓰리즘’이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서해 5도 지역의 전력 증강배치와 내년 국방예산 증액, 교전규칙 전면 수정 등의 설익은 처방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제어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한 기존 안보정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 이런 노력 없이 거론되는 처방들은 대부분 한때의 여론에 영합할지는 몰라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안보 사안에서 정치적 손익 계산을 앞세우는 안보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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