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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난 데 부채질한 북한의 ‘유감’ 표명 |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는 그제 발표한 ‘논평’에서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북쪽의 이런 유감 표명은 나름대로 평가해줄 대목이 없지 않다. 남쪽 민간인이 숨진 데 대해 북쪽이 적잖은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이 감지된다. 그동안의 북쪽 행태에 비춰 보면 상당히 신속하게 유감 표시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북쪽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우선 사과의 진정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못해 유감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을 뿐 진심으로 미안하게 여기는 기색을 찾아보기 어렵다. 논평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불명확하고 재발 방지 약속도 없다. 20개의 문장으로 이뤄진 논평 중 유감 표명은 달랑 한 줄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포진지 주변과 군사시설 안에 민간인들을 배치하여 ‘인간 방패’를 형성한 적들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책임이) 있다”는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이르면, 유감 표명을 도저히 좋게 봐주기 어렵다.
북쪽의 어정쩡한 유감 표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등 과거 사건에서도 한결같이 ‘남쪽 책임론’의 꼬리를 달았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좀더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옳다.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포격은 과거 다른 사건들과 비교하기 힘든 엄중한 사태다.
북쪽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남쪽의 정서는 북쪽이 진심으로 사과를 해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죽여놓고 미안하다면 다냐’라는 반응이 나올 형편이다. 그럼에도 북쪽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남쪽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채질하고 말았다. 이러려면 굳이 유감 표명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스럽다. 계속 거꾸로만 가는 북쪽의 행태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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