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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교적 해법’ 적극 모색해야 |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응하는 대규모 한-미 서해 연합훈련이 어제 시작돼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미국 항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한-미 연합훈련이 북쪽에 심리적 압박을 줄 수는 있으나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칫하면 남북 사이 새로운 충돌을 유발하거나 미-중 갈등을 심화시켜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지금처럼 보복공격 등 군사적 해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결국 외교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한-미 훈련 역시 외교적 해법 마련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될 것이다.
지금 외교적 노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미국·북한·일본·러시아 등 관련국과 연이어 접촉을 한 데 이어,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그제와 어제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중국의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자신의 곤혹스런 처지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으나, 외교적 해법의 토대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관련국들도 사태를 외교적으로 풀려는 노력을 강화할 때다.
외교적 해법은 우선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서해 등에서 또다른 충돌이 생긴다면 국지전 이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쪽이 그릇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신호를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쪽에 그런 빌미를 주지 않도록 관련국 모두 냉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외교적 해법은 당연히 북쪽이 잘못을 명확하게 인정하게 만들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미 연합훈련 등을 놓고 미-중 갈등이 불거지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교적 해법은 한반도 정세의 지속적인 안정과 개선을 담보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당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최대 현안이지만, 정세가 이렇게 요동치는 데는 악화하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국 사이 심각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없다면 고의든 아니든 새로운 갈등이 생길 수가 있다.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주최국인 중국이 다음달 초 수석대표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에 발맞춰 우리나라와 미국도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북쪽은 최근 우라늄 농축 시설을 전격적으로 공개하고 연평도의 민간인 거주지를 포격하는 등 상례를 벗어난 행동을 해왔다. 그렇다고 관련국들이 북쪽을 비난하고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는 데 그쳐서는 북쪽 태도를 바꾸기가 어렵거니와 근원적인 해결책이 나오지도 않는다. 특히 즉흥적인 강경 대응만 계속한다면 중동지역처럼 한반도에서도 무력분쟁이 일상화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외교적 해법은 관련국들이 잘 조율된 모습을 보여야 실효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현재와 미래를 두루 살피고 각국의 입장을 함께 고려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중국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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