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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이면 다 된다는 한 재벌가 2세의 행패 |
‘에스케이(SK) 가문’의 2세인 최철원 엠앤엠(M&M) 전 대표가 자신의 회사 임직원들이 여럿 둘러싼 가운데 고용승계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화물연대 지회장을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서 ‘맷값’이라며 수표를 던져줬다고 한다. 매 한 대에 100만원씩이라며 제 마음대로 정해 행패를 저지른 뒤엔, “공짜로 때렸느냐”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돈 주면 사람을 때려도 된다는 투다. 돈이면 다 된다는 천박한 사고방식과, 그런 생각을 태연히 행동으로 옮긴 뻔뻔함이 놀랍다.
이런 짓이 불법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행패를 벌인 당사자도 이를 모르진 않을 터이다. 그런데도 거리낌없이 조직폭력배를 연상시키는 폭행을 저질렀다. 돈으로 다 해결된다고 믿지 않았으면 차마 그러진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 말고도 여러 재벌 2·3세가 돈의 힘을 빌려 이번과 비슷한 폭행을 저지르고, 또 큰 처벌 없이 풀려난 바 있다. 그런 일이 거듭된 탓에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무법행위까지 벌어진 것이다.
물신주의에 찌든 나머지 인간성을 상실한 모습이 섬뜩하다. 다 큰 자녀를 둔 50대의 노동자 가장을 그렇게까지 능멸한 재벌가 2세의 행패에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다. 돈 없고 힘없는 이들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약육강식의 행태만 있을 뿐이다. 그러고서도 이 재벌가 2세 쪽은 폭행을 당한 노동자를 상대로 되레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한다. 맷값이라며 던진 돈까지 다시 뺏으려는 심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회 일반의 도덕률이나 양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몰염치와 무자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두렵다.
이런 일을 그냥 넘길 순 없다. 돈 주고 사람을 때린 짓을 눈감고 넘어간다면 무법천지를 용인하는 것이 된다. 법과 국가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돈으로 처벌을 모면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도 안 된다. 엄정하게 수사해서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옳다. 돈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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