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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과부의 ‘제 논에 물대기’식 일제고사 평가 |
지난 7월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줄고 학생들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내놓은 분석을 보면 초·중·고 통합 기초학력 미달자 평균 비율은 2008년 7.2%에서 2010년 3.7%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또 이전 시험에서 미달자 비율이 높았던 학력중점학교의 성적이 다른 일반학교보다 두드러지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성적이 나아지고 특히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줄어든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런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꼭 일제고사와 그 성적 공개라는 말썽 많은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교과부도 인정하듯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뤄진 성적 향상은 성적 공개 등으로 학교간·지역간 경쟁을 유발한 결과다. 더군다나 올해부터는 학교 알리미에 학교별 성적이 공개되는 까닭에 학교간 경쟁은 훨씬 강화됐다. 학교장들은 일제고사 성적을 성과급에 연동하겠다고 교사들을 닦달했다. 초등학교에서조차 일제고사 대비 야간학습이 생겨나고 일제고사 대비 수업이 일반 교과과정을 대체했다. 성적 나쁜 학생을 학습장애아로 분류해 제외하는 편법도 사용됐다.
교과부의 평가에는 이런 부정적 현상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오히려 공개 수준을 더 높이겠다는 얘기만 나온다. 학교를 일제고사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움으로써 학력 경쟁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학력 경쟁은 교육의 본령과 거리가 멀다. 그리고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의 문제는 경쟁의 부족이 아니라 경쟁의 과잉이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일제고사가 아닌 표집 방식으로도 학업성취도는 충분히 측정할 수 있다. 또 지역적·경제적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낙후지역에 우수교사 배치 등 교육자원을 집중투자하면 된다. 아이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교육현장을 왜곡하는 일제고사와 결과 공개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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