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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공공기관 지방 이전 |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346곳 중 176곳이 옮겨갈 지역이 정해졌다. 지난 3월에 하려던 결정이 늦어진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방증한다. 수도권 집중 문제는 기다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내버려두면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마다 제법 큰 중견기업들이 있었지만 그조차도 하나둘씩 사라졌다. 지방도 나라의 일부인 이상 당연히 함께 발전하고 살 만한 곳이 돼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룰 ‘모멘텀’이 달리 없는 데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본다.
배치안 확정은 시작일 뿐이다. 수도권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좋은 공공기관을 배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일부 지자체도 반발하고 있다. 해당 기관 임직원들의 저항이 있을 것이고, 한나라당이 졸속이라고 비난하고 나선데서 보듯 야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터이다.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 여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최대한 설득하고 일리 있는 비판은 수용하되, 나머지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뚫어나가야 한다. 의지에 더해, 반발을 완화하고 부작용을 예방할 정교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전 기관 임직원들이 주거·교육 등에서 겪을 불만을 최소화하는 일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들어설 ‘혁신도시’와 인근 지역이 부동산 투기장화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투기자금의 놀이판이 되지 않게 통화·금융 정책과 세부 정책을 잘 조합해야 한다.
정부 역량이 미덥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개혁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경험과 집행력 부족, 갈등 조정능력 부재로 의도가 빗나간 사례를 현 정부 들어 누차 봐왔다. 공공기관 이전은 새 시험대다. 부작용이 커지면 ‘고육’만 남긴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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